월간 잡초

어쩌면 느슨한 예술 공동체

참여 작가

까시 김성희 수잔 여미경 옥인동 강 이제 정원 정수진 최정란

까시 

 자연과 인공의 접점을 고민합니다 그 곳에서 살고 싶고요

김성희

판화와 드로잉으로 삶에 대한 깊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수잔

주변의 사물을 잘 이해하고자 그리고 기록합니다

여미경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생각도 합니다

옥인동 강

살았던 동네를 그리워하며 지난 기억을 그리고자 하나 역부족임을 깨닫고 또다시 그리워질 현재를 그리며 공력을 연마하고 있습니다

이제

판화 작업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월간잡초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수진

어른의 감정을 무겁지 않게 담아낸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원

과거가 쌓여 만들어진 지금 우리의 모습을 기록합니다

최정란

경험, 생각, 느낌 등을 그림일기로 그려요 잘 놀고 그걸 소재로 그리고 그런걸 가지고 또 놀고 그렇게 순환하고 싶어요

잡초, 어디서든 자라는 풀 | 어쩌면 느슨한 예술 공동체


“쓸모없는 것 같으나 모여서 세상을 조화롭게 만드는 것,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다시 떠오르는 노랫가락 같은 것 

 -이제, 작가노트-


 <<월간 잡초>>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제작되는 비정기 간행물이다. 광화문의 골든핸즈프렌즈 전시에는 까시, 김성희, 수잔, 여미경, 옥인동 강, 이제, 정수진, 정원, 최정란이 참여한다. 잡초는 그들에게 어떤 질문이다. 질문은 머위와 고들빼기와 망초와 명아주 등의 모습을 따라 쉼 없이 여행한다. 그들이 문득 다가와 자신이 발견한 ‘잡초’를 내밀면서 이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까. 휘트먼(W. Whitman)이 그랬던 것처럼 내 생각은 변덕스럽고 약해서 그 이름에 무엇이 합당한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잡초가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잡초’에 대한 저들의 특별한 문법에서만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미경은 자신이 “농사꾼도 아닌데 어떤 식물에 잡초라고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 자체가 생각해보면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에게『<<월간 잡초>>는 잡초라고 불리는 생명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다. 잡초의 표준국어대사전 정의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이차적 정의는 ‘농작물 따위의 다른 식물이 자라는 데 해가 되는 풀’이다. 즉 별 다른 쓰임이 없어 사람이 재배하지 않는 풀인데 어디서든 잘 자라 농작물 재배에 방해가 되는 것을 우리는 잡초라 부른다. 옥인동 강의 지적처럼 잡초는 “잡스러운 것”, 막 되서 상스럽고 순수하지 못하다. 이 의미는 우리 사회에서 쓸모없음과 그로 인해 그릇된 것으로 간주되는 위상을 암시한다. 이제는 잡초의 쓸모없음을 끌어안는다. “쓸모없는 것”이 모여서 세상을 이룬다. ‘쓸모없음’[無用]은 존재의 양상에 대한 동아시아의 오래된 은유다. 풀들은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깊이 뿌리내린다. 까시의 눈에 비친 잡스러운 풀은 콘크리트 틈새에서조차도 무성히 자란다. 살아있음의 나아가는 힘은 콘크리트로 뒤덮인 곳에서마저 존재의 본래 모습을 일깨운다. 수잔에게 잡초는 “돌보지 않아도, 느리고, 작고, 구불거리고, 제멋대로 서로 뒤엉켜 묵묵히 자라나는” 것이다. 그들 예술가에게 잡초란 스스로 세상을 이루는[自化] 살아있음의 존재이며 수잔의 지적처럼 “나 또한” 묵묵히 자라나는 존재다. 삶의 양상에서 모든 존재는 부족함이 없다. 쓸모없음의 은유는 삶의 역학인 생명력과 직접 맞닿아 있다. 살아있음이라는 존재의 일관성을 탐구하는 이들의 시적 시선은 우리 삶을 포괄하는 동시에 잡초의 ‘쓸모없음의 쓸모’ [無用之用]를 드러낸다. 자기성찰의 시선이 이르는 지점은 자기 존재의 양상이며 우리와 세계와의 연결이다. 이것은 세계와 폭 넓게 연결된 자연스러운 행복감이다. 잡초가 드러내듯이 삶의 수많은 차원에서 우리는 총체적 심미를 살아간다.


 우리는 이 행복감을 『월간 잡초』의 어디에나 만날 수 있다. 세상 제 각각의모습은 정원의 작가노트에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며, 서로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단편이다. 이것은 그들만의 느슨한 “교류”이며 <<월간 잡초>>를 통해 자발적으로 연결된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삶의 양상이다. 그들의 일은 일상에서 부딪치는 “잡초라고 불리는 생명들에게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며, “목적 없이 걷는 산책길”에서 만나는 세계를 시적 시선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느긋한 공동체에서 흔하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저들의 발견은 더디고 평범한 삶과 수많은 나날과 당연한 세계를 우리 앞으로 소환한다. 일상은 소소하게 스쳐지나가지만 “이내 다시 떠오르는 노랫가락”과 같은 것이다. ‘잡초’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문법은 여기에 있다. 잡초와 함께 쇠똥구리 소인이 찍힌 우편물이 도착했다. 봉투 안에서 옅은 이끼의 냄새와 작은 돌과 흰제비콩과 도토리와 햇빛 조금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그들만큼 세상에 대해 설렐 줄 아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잡초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불충분한 낱말로 내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들처럼 오랫동안 산책을 나가야겠다.


정현주, 독립큐레이터, 철학박사.

작년 겨울, 광주 ‘신세계 선이고운치과 갤러리’에서 시작된 ‘<<월간잡초>> 어쩌면 느슨한 예술 공동체’ 의 전시는 지리산 ‘달팽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봄을 보내고, 이윽고 상경해 광화문 골든핸즈프렌즈가 물려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는 이 전시를 멀리서 바라만 보는 ‘팬’ 이었습니다. 전시가 광주와 지리산에 있는 동안에도 우리는 전시를 보러 갈 수 없는 사정에 애석해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 전시를 이어 받게 되었다니요. 오 마이! 광주와 지리산에 계시는 훌륭한 선생님들과 자기 삶을 멋지게 경작해 나가는 작가님들(무려 아홉 분이나!). 이 분들과 예술 공동체로 연결되어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전시에 방문하신 여러분도 이 멋진 분들과 함께 ‘연결’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GHF 아트딜러 

2020. 5.21 - 6. 1 

오후 1-7시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12 신문로빌딩 B1-10

골든핸즈프렌즈

일요일은 전시를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