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에 하루 하루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GHF 계동 공간인 창창당은 첫번째 여름을 맞이하였습니다.한옥에서 지내는 것은 처음이라 여름에 괜찮을까 걱정을 했었는데한낮의 마당은 후텁지근하지만 한옥 내부는 낮이나 밤이나 쾌적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어요.막 더워지기 시작했을 초여름엔, 오전에 출근해서 안쪽 문을 열면 동굴처럼 서늘한 온도에 깜짝 놀라 에어컨이 켜져 있나 확인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옥, 이것이 선조들의 지혜일까요... :) 저희는 아마도 여름휴가없이(겨울 휴가 컴온) 창창당에서 여름을 날 것 같습니다.올 여름은 장마가 무진장 길고,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라하여 7-8월은 전시 잡지 말고,지난 상반기 전시를 돌아보고, 가을 전시 준비하자 작정하고 있었는데요....oh-licht 오샛별 작가님께로부터 반가운 메일을 받고 전시 일정을 잡았습니다. oh-licht 오샛별 작가는 독일에서 활동하며 종이로 빛 조형물을 만듭니다. 작년 독일 방문 때 지인으로부터 작가의 작업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마침 그 해 여름 한국에서 두번의 전시(캔파운데이션, 이예하)를 열게 되셨고, 저희는 전시를 모두 쫓아 다니면서 작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예하 전시에서는 미니 루루를 구매했는데, 매일 제 자리를 환하고 은은하게 밝혀 주고 있습니다.미니 루루에 불이 켜지면 제가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고... 불이 꺼지면 이제 퇴근할거라는... 저만의 신호등 같은 것으로요... :)oh-licht 의 작업은 차차 농도를 더해가며 소개하기로 하고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에서 전시하지 않았던 것 위주로 미니 루루를 포함해 스탠드와 팬던트 등 4점을 선보입니다. 저희가 그간 평면 회화 중심으로 소개해왔는데, 작가님들이 그림만 하는게 아니고 사부작사부작 놀이삼아 무언가를 항상 만드시더라고요. 그 만듦새가 또 기가 막히게 예쁘거나 기발해요. 감탄해서 여쭤보면 그냥 하신거래요....금손님들 정말...응용 또는 실용미술이라고도 하는 공예와 건축 그리고 예술적 감각과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작업들도 소개할 것이 많아 때를 보고 있었는데, oh-licht의 초대는 그러한 작업을 다루고 있는 작가들도 함께 소개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었습니다. 창창당이 작품을 펼쳐 보이고 또 편안한 공간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가구와 마감작업을 해주신 까시 작가님이 이번 전시에 함께 합니다. 최근 몇년간 심혈을 기울여 모듈가구를 만들고 계신데요. 필요한만큼 설치해 쓰는 까시 작가의 모듈 가구를 창창당에서 처음 선보이게 됩니다. 두구두구. 광주에 있는 레지던시 가연지소에 가면, 비온뒤에 짙어진 숲냄새 같은 것이 납니다. 저는 그 향을 가연지소 향이라고 부르는데, 숨을 들이쉴 때 들어온 그 향이 아마도 뇌에 도착하는 순간 '아 내가 가연지소에 왔구나' 하는 당연하고도 확실한 공간 인지감... 같은 것을 저는 느낍니다. 그 향기는 봄날 작가가 정말로 가연지소를 위해 만든 '가연지소 향'이라고 하더군요. 봄날 작가의 조향작업은 지난 포도나무 갤러리 후원전에서 *「포금와화 抱琴臥花」의 옛 글귀를 향으로 재해석해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향을 만들고, 자연을 모방한 초와 뜨개 작업을 하는 봄날 작가의 작업도 만날 수 있고요.*(抱: 껴안을 포 / 琴: 거문고금 / 臥: 누울와 / 花: 꽃화 "거문고를 껴안고 꽃속에 누워 있다"를 의미/ 출처. 갤러리 포도나무 @gallery_podonamu) 저희와 가까운 곳에 있는 분재 스튜디오, 오이타 oita도 초대했습니다. 오이타와는 지금 저희가 지내고 있는 한옥이 매개가 되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창창당이라 부르는 이 공간이 바로 전에는 오이타의 스튜디오였지요. 가끔 오이타의 식물을 볼 기회가 있는데 느긋하게 바라보고, 정성으로 키우는 최문정 대표의 모습이나, 작은 화분에서도 편안하게 자라고 있는 식물들, 저마다의 개성으로 수형을 뽐내는 나무들을 보며 어디까지를 예술이라 하는지 예술의 경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마도 그날은 오이타의 홈커밍데이가 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옥인동강 작가와 Gunjo 조은정 작가도 함께 합니다. 옥인동강 작가가 고향 서촌과 강북 이곳저곳에서 느낀 향수(nostalgia)를 표현한 패턴과 병풍이 되고 싶었으나 아직 되지 못한 그림들을 소개하며, 조은정 작가가 평온한 감정을 경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그린 '컵 밖의 물'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그림과 공예, 작가가 만든 가구, 식물 디자이너가 기른 분재 그리고 정원 디자이너가 만든 향으로 채운 창창당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그들의 미학을 발견하고, 작가들의 작업으로 구성한 공간이 주는 감각을 누리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가와 애호가를 향해 열린 집, 창창당의 여름 초대를 완성하는 것은 여러분의 방문입니다.(헤헤 오글오글) :) 2023. 8.24(목) - 8.26(토) / 오후 1시부터 밤 9시서울시 종로구 계동길99 한옥 ART (ghf 창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