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 오늘의 정물

종이에 수채물감

44x31.1cm

2022

2018년에 <오늘의 정물>을 처음 시작했다. 전시장을 작업실로 사용하는 프로젝트 전시를 위해 한달 동안 전시장에 출근해서 작업을 했는데 허기를 채우기 위해 매일 간식거리를 사 먹었다. 먹으려고 사온 간식거 리를 힘 빼고 연필로 한장씩 그렸다. 내가 먹을 음식물을 그림의 모델로 보고 있으니까 그 행위가 마치 나 자신을 저쪽 자리에 두고 관찰하는 일 같았다.

2021년 12월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돌아가시기 서너 달 전부터 식욕을 완전히 잃으셨다. 자식들 이 사다드린 고기와 과일, 먹을거리가 아무리 넘쳐도 드시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다.

2022년 1월 <오늘의 정물>을 다시 시작했다. 시장에서 시금치, 토마토 같은 먹을거리를 사다가 하나씩 그렸다. 그리고 초안산, 우이천을 걷다가 발견한 풀, 나뭇가지도 가져와 하나씩 그렸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지만 그것들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주인공처럼 보였다. 그래서 특별하지는 않지만 꿋꿋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한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하나의 정물을 그렸다. 지금까지 정물로 그린 먹을거리들은 대부분 먹어서 없어졌다. 먹지 못하는 것들은 시들어 죽거나, 부서져서 없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그린 정물들은 이제 이곳에 없다. 그러나 내 몸 속에서 어떤 형태로 변화를 거쳐 나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믿는다.

내 정물은 오래두고 보면서 그릴만한 것들이 아니라서 빨리 완성하기 위해 수채화로 그렸다.

이정희

2004 한성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1996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개인전]

2023 오늘의 정물, 골든핸즈프렌즈, 서울

           오늘의 정물, 그림집, 서울

2019 내가 사는 풍경, 플랫폼 팜파, 서울

2014 별이 빛나는 밤, 그문화 갤러리, 서울

2013 8 art: 팔 아트, 카페 티티카카, 서울

2008 실내풍경, 그문화 갤러리, 서울

2007 부드러운 회화, 표 갤러리, 서울

2005 부드러운 속삭임, 표 갤러리, 서울

2005 옥탑, 도올 갤러리, 서울

2004 이정희, 일민미술관 카페 ima, 서울

2004 소통강박증, A.D 갤러리, 서울

예술의 전당, 한성대학교, 삼정아트스페이스, 코엑스, 호주 멜버른 아트페어, 중국 북경 아트페어 등

국내외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는 2005년 송은 미술대상 지원상을 수상했다.

이정희 작가는 과거 천을 재료로 바느질 기법을 이용하여 회화작업을 했다. 전통적으로 가사노동이나 수공예에 사용되어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이 되었던 바느질은 현대 미술의 영역에서 작가들의 탐구와 실험에 의해 다양한 예술표현으로 나타났다. 그는 일상 주변의 사물을 소재로 드로잉한 천을 각각의 면대로 오려내고, 그 조각난 천을 다시 꿰매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섬세한 표현방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감성적으로 담아 냈다. 시감과 더불어 촉각적 감각을 전달하여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소통희 모색을 보여주는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글. 표갤러리(Pyo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