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옥인동 강
종이에 먹과 수채, 홍차
335 x 700 mm
2021.
*
“옥인동에 강이에요.” 옥인동 강 작가는 어렸을 적 사는 곳과 성만으로 본인을 소개하던 외할아버지를 정겹게 기억하며 작가명을 지었다. 옥인동에서 나고 자란 강씨 성의 작가는 어릴적부터 2022년 현재까지 너무 익숙해서 쉽게 지나칠 법한 일상의 풍경과 따뜻한 기억을 소재로 여러 재질의 종이 위에 다양한 재료로 그려보길 좋아한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 틈새를 뚫고 올라온 옥잠화, 서촌 좁은 골목길에 대문과 화분들, 창신동의 오래된 냉면집, 성북동의 길상사 가는길, 청계천변에 수북한 이름 모를 풀들, 환기 미술관에 쪽마루 등 작가는 섬세한 관찰을 통해 자신이 느낀 따스한 향수를 편안한 색조로 옮겨 전달한다. 색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실험은 예술적이다. 어릴적부터 좋아하던 재료인 먹은 어느 그림에나 빠지지 않는데, 다만 자신이 즐겨 마시는 음료를 섞어 색을 만들어 그날 무엇을 마시느냐에 따라 색이 조금씩 변화한다. 색을 내는 재료와 다양한 재질의 종이의 조우를 지켜보며 그린 실험적 패턴들 또한 이번 전시에서 누릴 별미 중 하나이다.
**
야외에서 사생하기를 즐기는 작가는 자신에게 향수가 되는 장소를 그려 남겨왔다. 다리부상과 펜데믹이 닥치며 더이상 밖에서의 작업이 어렵게 되자 작가는 자유롭게 누리던 시간들을 되살려 먹으로 선을 긋고 조색한 색을 채워 넣어 추상의 패턴으로 자신의 향수를 표현하였다. 어떠한 대상을 보고 자신만의 화풍으로 옮기던 작업이 '패턴'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 급진적인 것은 아니다. 작가의 지난 시간들을 아는 것이 흐름을 읽는 것에 도움이 된다. 작가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실내 장식 마감재 회사의 추이를 분석하는 담당자로 오랜시간 일했다. 선(line)과 선(line)이 만나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내고, 조색한 색을 채워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패턴 작업은 작가가 오래 동경해온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야외 사생에서 보이는 좋아하는 숲길 나무 가지의 얼기설기 모양과 동네 골목에 자라난 무성한 식물, 좋아하는 동네의 건물과 바닥에서도 섬세한 패턴의 김새를 알아차릴 수 있다. 패턴 작업은 작가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추상의 방법이고, 작가가 늘 이야기하는 향수(nostalgia)인 셈이다.
-ghf-
-
옥인동 강, 조연들의 깊고 푸른 눈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