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전

오래오래

전시 제목 '오래오래'는 친구와의 편지 속에 마지막 인사로 적은 문장 속의 단어였다.

내 편지에도 친구의 편지에도 꼭 그 단어가 쓰여 있었다. 오래 오래 서로의 친구로 지내자는 당부.

지금의 좋은 관계나 상황이 긴 시간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

나는 그 말에 다정하지만 강한 어떤 주문을 실어 보낸다. 

 글. 매수전

작가 | 매수전 

기획 | 김선영 임우성

2023. 10.19(목) - 10.28(토) / 일요일 휴관 / 오후 1-8시

계동 ghf 골든핸즈프렌즈아트 (창창당)

매수전 개인전 <오래오래> 포스터 2종

작업의 소재도, 마음을 둘 자리도 없었던 그시절

나에게 숨구멍 같았던 장소는 오히려 구석진 곳과

덩그러니 서 있는 벽 앞이었다.

 그 곳에서는 나의 못다 한 축축한 이야기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긴 숨, 91 x 116.8cm, 캔버스에 유채, 2016.

벽 흔적, 40.9 x 31.8cm, 캔버스에 유채, 2014.

자리, 41 x 32cm, 캔버스에 유채, 2016.

내가 보는 윤슬은 밤에 비친 도시의 윤슬이기도 하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빛 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두울수록 빛은 더욱 밝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빛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반짝반짝하는 것들이 있는데 

내게는 복순이 대표적인 반짝임이었다. 

내게 빛이 되는 것들.. 그렇게 캄캄한 빛_ 복순 연작을 그리게 되었다. 

<백의 그림자>를 읽고 그린 그림도 마찬가지다.

윤슬, 각 53 x 45.5cm, 캔버스에 유채, 2020.

캄캄한 빛 - 복순(연작), 각 24 x 18cm, 캔버스에 유채, 2020.

섬 빛, 22.2 x 27.4cm, 캔버스에 유채, 2020.

무재에게, 53 x 45.5cm, 캔버스에 유채, 2020.

어둠에 잠겼다가 불빛에 드러났다가 하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은교 씨." 하고 무재 씨가 말했다. 

 "노래할까요."

황정은  <百의 그림자> / 민음사

반려견 복순과 산책하면서 낮은 곳에 위치한 물체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찾은 것들이 돌과 수피이다.

돌이나 수피를 그리면서 그것들이 새로운 대상으로 변하거나

동일시 되는 듯이 느껴지는 감각이 좋았다.

예를 들면 돌을 그리다가 별을 발견하거나,

수피를 그리다가 바다를 떠올렸다던가 하는 것들..

어떤 날은 단순히 그림 속 면을 채워나가며 결의 모양과 방향에 집중하다

그 모든 것이 일치하는 것을 느낀다.

그런 날은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한 것처럼 두근거렸다.

(둘째줄)

수피(연작), 각 14.8 x 21cm, 혼합재료, 2023.

돌의 일기(연작 원화), 각 21 x 14.8cm, 혼합재료, 2018-2019.

‘새들은 내 얼굴 위에 내려앉고,

내 몸과 품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온통 뒤덮는 것이다’

로맹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문장을 읽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게 늘 머리에 남아 있었다.

언젠가는 캔버스 가득 새를 그려봐야지 생각했다.

표면에 드러나고 주목받는 것들이 아니라

그 외에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

아픔이나 괴로움 같은 것들과 마주해보고 싶었다.

작업을 하며 읽었던 한강 소설의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영혼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그리는 새들이 영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낮게 부는 연습, 각 52 x 45.5cm, 캔버스에 유채, 2023.

땅을 나는 새들, 24 x 30cm, 캔버스에 유채, 2023.

얼마전 한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나서

어느 감상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는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보게 했다.

그런 감상들을 기억했다가 요즘의 작업에 색으로 반영해보고 있다.

선을 여러개 스케치해 만들어진 면들을 칠해 가며 작업을 진행하는데

그럴때면 돌과 수피를 그릴 때 느꼈던 감각이 다시 떠올라 겹쳐진다.

돌과 수피를 그리며 내가 새로운 발견을 했듯,

이번 전시에서 나와 보시는 분들에게도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이 있기를 바라본다.

매수전

작품 문의: 0507-1356-5357 / 카카오채널 '골든핸즈프렌즈'